이비인후과적 응급 질환, 급성 후두개염의 진단과 치료
침도 삼키기 힘들 정도로 심한 인후통을 호소하여 이비인후과 진료실이나 응급실을 찾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주로 연하통으로 인해 식이가 어렵고, 발열 또는 다른 감기 증상을 동반하거나 뜨거운 감자를 물고 있는 듯한 목소리 변화(muffled voice)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후두내시경 검사를 통해 후두 부위를 시진하면 후두덮개(Epiglottis, 후두개)의 부종과 발적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를 급성 후두개염(acute epiglottitis)이라고 진단합니다.
후두개가 평소에는 후두 입구에서 기도를 열려있도록 하여 호흡이 유지되도록 하지만, 음식을 삼킬 때는 덮개처럼 닫혀서 액체나 음식물이 기도로 흡인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후두개는 호흡과 연하 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와 식도 입구를 구분짓는 연골 구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후두개가 제거되면 쉽게 사레들리므로 흡인성 폐렴, 음식물에 의한 기도 폐색 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활한 호흡과 안전한 음식물 섭취에 중요한 기도 보호 장치인 후두개에 감염으로 인한 심한 부종이 생기게 되면 상기도가 좁아지면서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어 급성 후두개염은 이비인후과적 응급 상황으로 간주합니다. 부종이 빠르게 악화되어 기도를 완전히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입니다.
인후통, 특히 심한 삼킴시 통증, 음성변화, 고열, 호흡곤란 등 환자의 임상 증상을 보고 의심하여 후두경 검사 또는 경부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후두개 부종, 상기도 폐색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진단할 수 있습니다. 소아에서는 특히, 후두 부종이 호흡곤란을 쉽게 유발하고 그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연하통으로 인한 침 흘림 현상(drooling), 누우려 하지 않고 앉아서 몸을 앞으로 숙이려는 자세, 컹컹 짖는 듯한 기침 유무 등 환아의 증상을 잘 확인하여 급성 후두기관염(croup)과 같은 후두의 다른 감염성 질환을 감별 진단합니다.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thumb print sign(후두개가 마치 엄지 손가락처럼 부어있는 소견)과 함께 성문 상부 기도의 공기 음영이 좁아진 것을 보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후두경 장비와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숙련된 검사 없이, 무리하게 후두를 관찰하기 위한 조작은 환자의 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응급한 정도의 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라면 기도 확보 처치(기관 절개)에 대한 대비를 하고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감별 진단이 되고나면 혈액 검사로 백혈구증가증, ESR/CRP 수치의 상승을 확인하여 감염 상태, 염증 정도를 평가합니다. 통상 세균 감염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며 인플루엔자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도 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 화학적 자극, 뜨거운 음식이나 연기에 의한 점막 화상도 후두개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가 주요 원인균으로 알려졌으나, Hib 예방접종이 의무화되면서 베타 용혈성 스트렙토코쿠스, 폐렴구균, 황색포도상구균이 상대적으로 흔한 균주가 되었습니다. 당뇨 등 면역 저하와 관련한 질환을 동반할 경우 감염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증상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대체로 경험적 항생제에 잘 반응하므로 균 배양검사는 반드시 시행하지는 않으나, 고름 양상의 화농성 분비물이 배액되거나 병변 범위가 심부 경부 감염의 양상으로 넓을 경우 균 배양검사와 경부 CT 검사를 고려합니다.
급성 후두개염의 치료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원칙은 기도 확보입니다. 증상은 갑자기 생기고 수 시간(교과서적으로 4~5시간) 이내로도 폐색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폐색을 동반한 경우 즉시 기관 삽관 또는 응급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여야 하는데, 후두개 부종이 심한 경우 기관 내 삽관의 성공률은 낮기 때문에 기관 절개술에 대한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고농도 산소 공급과 함께 후두개 염증에 따른 부종을 빠르게 호전시키기 위한 스테로이드제를 경정맥 투여합니다. 폐색이 없는 경우에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에 호흡 시 답답한 느낌, 흡기 시 쌕쌕거림(stridor)과 같은 상기도 폐색 의심 소견을 면밀히 확인하고 응급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입원 치료 하에 경과를 집중 추적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의 증상이 점차 심해지고, 호흡수와 맥박수의 증가, 흉벽 함몰, 부호흡근의 과도한 사용에 의한 역설적인 가슴-배 운동, 청색증 등으로 진행하는 징후를 보인다면 적절한 시기에 또는 응급으로 기관절개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급성 후두개염의 증상을 완화하고, 상기도 폐색으로의 진행에 대한 조기 발견과 대응을 위해 통상 1~2주 가량의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수액 공급을 통해 감염으로 인한 탈수를 방지하여 급성 신부전, 패혈증 등의 합병증을 방지합니다. 세균 감염을 해결하기 위하여 임상 증상, 혈액검사 수치, 내시경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호전될 때까지 충분한 기간 경정맥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경험적인 항생제로는 세팔로스포린 계열, 특히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을 포함한 대부분의 그람 음성균과 그람 양성균에 효과적인 2세대 cefuroxime, 3세대 ceftriaxone을 처방하고 있습니다. 연하통으로 인해 구강과 인두에 발생하는 끈적한 분비물을 연화시키기 위한 보조적인 약물과 가습 치료를 병행합니다. 주로 누운 자세에서 막힘이 심해져 호흡 곤란이 유발될 수 있고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는 등 과도한 음성 남용 시에 부종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주의하도록 교육합니다.
급성 후두개염은 단순 감기로 치부하여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질환이기에, 침도 삼키기 곤란할 정도로 인후통이 심하다면 되도록 증상 초반에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후두내시경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바이러스 또는 세균 감염에 의한 인두염, 편도염 등이 후두로 파급되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감기와 연장선 상에 있는 질환이며 초기에는 감기 증상처럼 시작되어 감별이 어려울 수 있지만 치료 경과와 그 예후는 감기와 매우 다르기 때문에 후두의 구조와 급성 후두개염에 대한 이해, 초기 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개인의 면역상태가 후두개염 발병에 영향을 미치므로 손씻기, 구강 청결, 마스크 착용 등 올바른 위생 습관을 통한 호흡기 감염 예방과 영유아기 예방접종을 포함한 면역력 강화 실천이 도움이 됩니다. 진행하는 양상의 인후통, 심한 연하통은 방치하지 마시고 꼭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 감기 증상의 일부로 오는 감염성 후두염과 감별 진단하여 제대로 치료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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