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질환

[코] 코피 나고 핏덩이를 입으로 뱉어낼 때: 코피의 치료, 적절한 응급처치

이비인후과 의사가 전하는 이비인후과 질환 2025. 3. 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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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의 원인, 진단, 치료, 응급처치 및 예방 관리법

 오늘의 포스팅 주제는 춥고 건조한 겨울철의 불청객, 코피입니다. 온도와 습도가 낮아지는 겨울에는 급격히 수축되어있던 코 안의 약한 혈관이 온도 변화에 따라 확장되면서 터지기 쉽고, 건조함으로 인해 점막의 보호 기능이 약해 자극에 취약해져 출혈이 잘 유발 또는 악화될 수 있습니다. 겨울철 유행하는 독감 또는 감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비강 점막이 붓고 코 안 혈관이 확장되어도 코피의 위험이 증가하게 됩니다. 코피 증상은 코 입구부에 살짝 맺히는 정도의 출혈 양상으로 반복되어 이비인후과 외래를 찾는 환자부터 상당한 양의 출혈을 흘리고 입으로 뱉어내면서 119를 타고 응급실을 내원하는 환자까지 다양한 중증도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코피는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의 경우가 가장 흔하나, 실제 임상에서는 고혈압 환자나 비강 점막이 건조하고 얇은 고령에서 호발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기온 및 습도 변화 등 환경적 요인, 항응고제와 같이 출혈 경향성을 높이는 약물 복용, 혈액응고 장애 환자에서도 코피가 비교적 쉽게 유발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코 후비기, 비강내 이물, 비골골절, 수술 후 비출혈 등 외상 요인, 해부학적 구조 이상으로 비중격 만곡에 따른 비 점막의 자극, 상기도 감염 혹은 만성 부비동염 등 동반한 염증성 질환, 종양 등이 코피의 원인이 됩니다. 비강 안에 악성 의심 병변이 관찰되거나, 평소 지혈이 잘 안되고 멍이 잘 드는 등 높은 출혈 경향, 코피로 인해 빈혈이 의심되는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코피의 원인을 찾기 위한 정밀 검사(혈액검사, 조직 검사 등)를 진행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코피의 진단을 위해서는 응고된 혈액을 제거하고 혈관수축제를 이용하는 등 내시경 시야를 확보해 비강 안을 자세히 관찰하여 출혈 지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코피는 상악동 개구부를 기준으로 전방출혈과 후방출혈로 나뉘며 출혈 지점에 따라 처치 방법과 예후가 크게 달라집니다. 전방출혈의 대표적인 부위는 코 앞쪽 비중격 전하방부로 Kisselbach plexus라고 명명합니다. 코피의 약 90%가 발생할 정도로 출혈 빈도가 높고 여러 혈관이 모인 혈류가 풍부한 자리(전후사골동맥, 접형구개동맥, 상순동맥 비중격 분지의 문합부)인데, 이 부위와 관련한 전방출혈은 5~10분가량 콧망울을 엄지와 검지로 압박하고 있으면 지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에 의해 전방출혈로 진단된 경우 출혈 양상에 따라 코튼볼, 메로셀 등 패킹 재료를 이용한 압박 또는 화학적 지혈(AgNO3 소작)로 비교적 쉽게 지혈 가능합니다. 비중격 점막에서 기원한 출혈은 전기소작으로 원인 부위를 지지는 것은 되도록 지양하는데, 해당 부위 혈류 공급 부족으로 인해 비중격 연골괴사, 천공 등 처치 후 만성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양상의 전방출혈 (Kisselbach plexus 부위 비내시경 사진)

 반면, 후방출혈은 5~10% 정도로 확률적으로 낮지만 쉽게 입으로 다량의 혈액이 넘어가는 후비출혈이 지속되고 반대측 코로도 출혈이 흘러나올 수 있으므로 지혈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후방출혈 중에는 비강 외측 벽에서 기원한 후비동맥(내악동맥의 분지), 접형구개동맥, 상인두동맥이 만나는 Woodruff plexus의 출혈이 잦습니다. 전신 마취 하에 전기소작 기구로 열 소작하여 원인 혈관을 직접 지혈하거나 도뇨관, 후비출혈용 풍선으로 해당 부위가 패킹되도록 비강 안에 부풀려 지혈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패킹이나 소작으로 해결되지 않는 후방출혈의 경우 접형구개동맥 결찰술, 혈관조영술을 통한 선택적 동맥 색전술을 고려합니다.

 

 코피의 응급 처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역학적 불안정이 생기지 않도록 혈압 추이를 잘 관찰하고 저혈량성 쇼크에 대비하여 수액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수축기 혈압이 80mmHg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창백해지고 어지럼, 의식저하, 쇼크로 인한 심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10분 이상 멎지 않고 입으로 뱉어내게 되는 많은 양의 코피는 신속한 수액공급, 출혈 부위의 지혈 처치를 요하는 이비인후과적 응급 질환입니다. 따라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출혈이 있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 혈역학적 상태를 평가받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저도 대학병원 근무 시절 당직시간에 동맥 출혈로 인해 뿜어져나오는(pumping) 양상의 코피로 내원한 젊은 남자환자가 있었고 내시경 시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강 내 차오르는 과량 출혈로 혈역학적 안정을 유지하면서 전신 마취 하에 원인 동맥의 전기소작술을 시행한 후 지혈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출혈량이 상당할 경우, 후방출혈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여 수술적 지혈 여부를 결정하고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마취과 협의하 수술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 마취 과정에서도 출혈로 인한 하기도 흡인, 기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지혈을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활력징후를 추적하고 빈혈 수치에 따른 수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코피의 예방 방법은 혈압관리가 우선시되며, 코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습기로 실내습도를 50~60% 정도로 유지하고 생리식염수 세척 또는 안연고를 비강 입구부에 발라 점막 가습을 해줍니다. 충분한 수분 보충은 기본이며 푸른 채소, 과일 등을 통해 혈관 건강과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비타민 C, K가 풍부한 음식 섭취에 신경써주시면 도움 됩니다. 코가 가렵거나 답답해서 자주 세게 풀고 코를 후비게 되는 경우 외부 자극에 의한 출혈 가능성이 증가하므로 불편한 코 증상이 있다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고 초기에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피 지혈 후에도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있거나 무리한 육체적인 활동을 할 경우 한달이내로 재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용써서 들고 옮기거나 심장 높이 아래로 머리를 숙여 세안, 머리감기, 장시간 업무 등을 하지 않도록 두부압력 상승 행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뜨거운 물 샤워, 사우나는 피해야 합니다. 출혈이 발생했을 시, 잘못된 상식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경우가 있는데 피가 인후두로 넘어가면서 삼키게 되거나 오심 구토를 유발할 수 있어 고개를 살짝 숙인 상태로 입으로 호흡하는 자세를 유지하도록 합니다.

 코피가 갑자기 발생하여 10분 이상 지혈되지 않거나 목으로 넘어가며 입으로 핏덩이를 뱉아낼 정도로 출혈량이 많다면 지체 말고 응급실 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출혈 원인 부위에 대한 평가, 지혈 방법에 대한 신속한 논의를 권유드립니다. 과도한 코피가 지속되면서 혈압이 떨어지거나 저산소증이 생기는 등 활력징후가 무너지는 상황이 오기 전 적절한 응급처치와 지혈을 통해 코피를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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