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질환

중이염이 자꾸 재발할 때? 삼출성 중이염의 A to Z, 환기관 삽입술까지

이비인후과 의사가 전하는 이비인후과 질환 2025. 4.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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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출성 중이염이란?

 감기 끝에 귀가 먹먹하고 덜 들린 적 있으신가요? 급성 중이염 때와 달리 귀가 아프지 않더라도 귀 안에 물이 찬 것 같은 불편감이 자주 반복된다면 삼출성 중이염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삼출성 중이염은 고막 안쪽, 중이에 삼출액이 고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삼출성 중이염의 원인

 삼출성 중이염은 이관 기능 부전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코과 귀가 연결되는 공간에 존재하는 이관은 흔히 상기도 감염(소위 감기), 아데노이드 비대 등의 유발 요인으로 구조적인 막힘 또는 이관의 염증이 유발되는 상황에서 그 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압 외상(비행기 이착륙) 이후에 이관 기능 문제가 생겨도 삼출성 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소아의 경우, 이관이 짧고 수평에 가까운 구조 상 특징 때문에 삼출성 중이염이 호발하고 자주 반복되기 쉽습니다.

삼출성 중이염의 증상과 진단방법

 귀안에 물 찬 느낌이 든다고 표현하거나 먹먹함(이충만감)을 호소하는 것이 주요 증상입니다. 감기 증상이 오면서 청력저하, 먹먹함이 발생하여 평소보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이경으로 고막을 관찰하면 정상 고막 소견과 달리 고막의 투명도가 떨어지고 색이 탁한 양상(dull), 내부에 액체가 고여있는 모습(air-fluid level), 중이강 내부의 음압 형성으로 고막이 안으로 함몰된 소견(retracted) 등을 보일 수 있습니다.

 액체 고임에 의해 고막의 움직임이 떨어지므로 고막 운동성 검사(tympanometry)에서 평평한 형태(B형)의 그래프가 나타나는 것이 전형적입니다. 이관 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초기에는 중이강 음압에 의해 피크가 왼쪽으로 이동한 C형 그래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청력 저하 증상을 호소할 때, 발생 시기와 표현 양상에 따라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과 감별진단 해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청력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경도 난청, 삼출액 저류만큼의 기도-골도 청력역치 차이(Air-bone gap)가 확인됩니다.

삼출성 중이염의 치료

삼출성 중이염 발생 시 자연적으로 치유되어 증상이 해소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귀먹먹함이 수일 이상 지속되고 불편한 코 증상(코막힘, 콧물, 비충혈감)을 동반한다면 약물 치료를 위해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막 소견이 삼출성 중이염을 진단할 수 있는 전형적인 양상이라면 적절한 약물 복용을 통해 원인 질환을 교정하고 중이에 고인 삼출액이 맑아지고 줄어 고막 투명도가 회복되는지 추적합니다.

환기관 삽입술의 적응증

 약물 치료 외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환기관 삽입술(Ventilation tube insertion, 소위 V-tube)이라 하여 고막에 작은 튜브를 거치시켜 고막 안쪽, 중이강에 고인 액체를 밖으로 빼주고 통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시술이 그것입니다. 증상의 지속 기간이 긴 경우(3개월), 청력저하가 뚜렷하고 약물 치료를 시행함에도 추적 시 경과에 차도가 없는 경우, 특히 소아에서 청력 변화가 비가역적인 단계로 가거나 언어 발달의 문제를 야기할 경우가 환기관 삽입술의 적응증이 됩니다.

 환자분들마다 시술의 필요성이 상이할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케이스에서 환기관 삽입술의 시행 여부를 충분한 상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삼출성 중이염의 이환 기간이 3개월에 못 미치더라도 약물치료 반응이 떨어지고 만성 이관기능 저하가 의심되면 조기 환기관 삽입술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시술이 이루어지는지와 이후의 관리 방법을 사전에 설명드리고, 시술의 부작용 또는 번거로움과 환기관 삽입술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환자 상의 후 진행여부를 결정합니다. 

환기관 삽입술의 방법

삼출성 중이염 진단시 고막(왼쪽 사진), 환기관 삽입술 후의 고막(오른쪽 사진)

 환기관 삽입술은 침습적임에도 시술 시간이 짧고 간단합니다. 삼출성 중이염이 반복되는 성인의 경우, 외래에서 비교적 간단하게 국소 마취를 통해 시술할 수 있습니다. 리도카인 성분의 마취제를 적신 코튼(솜방망이)을 고막에 20분가량 대어 충분히 마취 후, 고막의 전하방에 절개선을 넣고 환기관 튜브를 거치하면 됩니다. 절개 직후 또는 환기관 튜브 거치 후 중이강 입구에서 나오는 삼출액의 양상을 확인하고 흡인(suction)합니다.

 성인에서는 위험할 것이 별로 없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임에도 내시경 또는 현미경 유도하에 정교함을 요하기 때문에 협조가 어려운 소아는 고막 손상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전신 마취 하에 시행합니다. 수술 후에는 먹먹함과 주관적 청력 증상이 호전되었는지 확인합니다. 대부분 당일 외래 시술 또는 수술 후 당일 퇴원이 가능하며 환기관 삽입술 직후에 청력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환기관 삽입술 후 관리와 주의사항

 환기관 삽입술 후에는 압력 외상이 가해지지 않도록 코를 세게 풀지 않도록 하고, 귀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합니다. 샤워, 목욕 시에나 수영, 물놀이 할 때 오염된 물이 환기관을 타고 중이로 유입되면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되도록 피하거나 이어캡을 활용하면 도움이 되고 예방적 항생제를 복용도록 합니다.

 환기관 삽입술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튜브가 잘 거치되어있는지 위치를 확인하고 중이의 상태를 점검하게 됩니다. 거치한 튜브는 평생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삼출액이 배액 되면서 고막 안팎의 압력 문제가 해소되고 시간 경과에 따라 고막이 자연적으로 재생되면 저절로 튜브가 빠집니다.

 튜브가 얼마동안 거치되는지는 환자마다, 또 고막 재생 속도에 따라 그 기간이 다양할 수 있으며 대부분 몇 개월 정도, 길면 6개월에서 1년까지 소요된다고 설명드립니다. 이관 기능이 안 좋은 환자의 경우 튜브가 빠진 후 감기 또는 부비동염 등이 유발 요인이 되어 다시 삼출성 중이염이 발생할 수 있고 약물치료 반응이 미흡하다면 재시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출성 중이염의 경과

 삼출성 중이염이 비가역적인 청력 변화를 초래하기 전에 적절한 치료, 약물 또는 환기관 삽입술을 받으면 중이의 염증과 고막 경과를 되돌릴 수 있습니다. 방치하여 자주 재발하거나 유발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만성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삼출성 중이염의 약물 치료 경과가 좋은 편이며, 환기관 삽입술 후 추적 관찰을 잘하면 삼출물 배액과 중이의 환기가 잘 이루어짐으로 인해 이관의 생리적 기능이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청력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의 경우에서도 삼출성 중이염을 이른 시기에 적절히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특히 삼출성 중이염이 호발하는 소아는 청력이 언어발달과 인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증상 자각이 늦을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면밀한 관찰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자칫 방치하면 비가역적인 청력의 저하로 인해 언어 지연과 학습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삼출성 중이염, 조기 진단과 치료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니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하여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지체 없이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단받아, 환기관 삽입술의 필요 여부 및 동반한 원인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에 관하여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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