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신경마비(facial nerve palsy)란?
안면신경 마비는 한쪽 안면 근육의 움직임에 이상이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뇌졸중과 같은 중추성 질환도 안면신경 마비를 초래할 수 있지만, 말초성 원인이 보다 흔합니다. 이마 근육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눈 아래로 마비가 생긴 경우 뇌졸중을, 이마 주름잡기도 어려운 한쪽 얼굴 전체의 마비가 생긴 경우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를 의심하는 것이 감별점입니다.
안면신경 마비의 증상은 다양하게 발현될 수 있습니다. 이마, 눈, 입가를 움직이는 한쪽 얼굴 근육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 비대칭적인 얼굴을 보이게 되며 신경의 손상 정도에 따라 마비 정도에는 편차가 큽니다. 주로 이마 주름 짓기의 어려움과 함께 노력해도 한쪽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고 입꼬리 처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눈감기와 깜빡임에 장애가 생겨 안구건조증과 눈물이 자꾸 흐르는 증상을 호소할 수 있고 입꼬리 움직임이 안되면 음식물이나 침이 새고 분명한 발음, 미소 짓기 등 표정 변화가 어려워집니다. 안면신경은 혀 앞쪽 2/3의 맛 감각을 담당하므로 미각이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흔한 급성 안면신경 마비의 원인에는 벨마비와 람세이헌트 증후군이 있습니다. 두 질환은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입니다. 원인 질환에 따라 회복 정도와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에 오늘 포스팅에서는 각각의 원인, 발병 양상과 진단, 치료방법과 회복 예후로 나누어 이 두 가지 안면신경마비 질환을 비교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벨마비(Bell's palsy)
안면신경 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벨 마비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발성 안면신경마비라고도 불리며, 중추신경계 문제나 귀와 관련한 이비인후과 질환 없이 얼굴 한쪽의 모든 안면 근육에 갑자기 마비가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비교적 20~30대 젊은 연령, 임신 3분기나 산욕기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벨마비의 원인
다양한 원인 가설이 있지만 원인을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허혈 또는 혈관장애, 바이러스(Herpes virus)에 의한 신경 분절의 탈수초화, 자가면역 질환에 따른 신경염 등이 가능성 있는 원인입니다. 명확하지 않으나, 헤르페스 바이러스(HSV-1)의 재활성화를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면역저하, 감기 등이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벨마비의 진단 검사
마비 발생 2~3일 후부터 2~3주 정도까지 편측 안면신경의 변성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신경전도검사(ENoG)를 시행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예후를 예측하고 안면신경 감압이 필요한 수술 적응증(90% 이상의 변성)을 감별할 수 있습니다. 3주 이상에서 수개월 정도 경과한 경우에는 근전도 검사(EMG)를 고려하는데, 검사상 다상성(polyphasic) 활동전위가 나타나면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예후를 시사합니다.
벨마비의 치료
치료의 핵심은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으로, 증상 경감과 질병 초기 빠른 신경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입증되어 있습니다. 부신피질호르몬(Prednisolone)을 60mg/day 고용량으로 시작하여 2주가량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량해 가며 처방합니다. 이견이 있지만 일부에서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하여 acyclovir, valacycloir와 같은 항바이러스제 병용을 권장하고, 마비 정도가 중하거나 회복이 지연되는 경우 보조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벨마비의 예후
완전 마비가 아니라면 통상 4~6개월 안에 자연 호전되는 경과를 보이고 1년 이내 완전히 회복되는 예후를 보입니다. 발병 초기 3일 이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예후에 좋습니다. 손상 정도가 심한 완전 마비, 고혈압, 당뇨, 60세 넘는 고령의 나이, 심한 이통이나 청력소실을 동반하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람세이헌트 증후군(Ramsay-hunt syndrome)
벨 마비에 비해서 안면 신경 회복의 예후가 불량한 질환으로 람제이 헌트 증후군이 있습니다. 이 둘은 발생 원인이 비슷할 수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진료과가 다르게 분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벨마비는 특별한 외적 원인 없이 말초 안면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아 흔히 신경과에서 치료를 담당하는 질환인 반면, 람세이헌트 증후군은 귓바퀴나 외이도에 수포, 물집이 보인다거나 이통, 청신경 관련 귀 증상을 호소할 수 있기에 이비인후과에서 진단과 치료가 주로 이루어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정신경까지 침범이 크거나 다발성 신경침범이 의심될 때에는 신경과 협진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람세이헌트 증후군의 원인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VZV)가 안면신경에 침범하는 것이 원인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화가 원인으로, 수두를 앓았던 사람이 면역기능이 저하될 때 발생하거나 60세 이상 고령, 당뇨 등 면역저하 상태에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람세이헌트 증후군의 증상
전형적인 증상은 귓바퀴부터 고막에 이르기까지 작은 수포성 발진(물집)이 안면신경 마비와 동반하는 것입니다. 초기 증상으로 이통이 흔하고, 일반적으로 수포가 마비와 동시에 발생하나 1/4 정도의 비율에서 마비보다 피부 병변이 선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면밀한 신체 검진을 시행하지 않으면 피부 병변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드물게 이명, 청력저하, 어지럼증 등 전정와우증상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람세이헌트 증후군의 진단 검사
전형적인 증상만으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보조적으로 진단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검사법들이 있습니다. 수포성 발진이 관찰되면 피부과 외래에서 간단하게 세포 검사(Tzanck test)를 시행하는데, 수포 벽을 긁어 슬라이드에 도말 염색하면 특징적으로 거대 세포(mutinucleated cell)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진단은 물집에서 나온 진물이나 수포성 병변을 포함한 조직으로 PCR 검사를 시행하는 것입니다. 꼭 필요하지 않으나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검사로 IgM(급성 감염을 시사), IgG(과거 감염을 시사) 항체 여부를 확인하여 진단에 보조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안면신경의 손상정도와 마비의 회복 예후를 예측하기 위해 벨마비에서 설명드린 신경생리검사를 동일하게 시행할 수 있습니다. 안면신경(7번 뇌신경)의 신경절은 청각평형신경(8번 뇌신경)과 위치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이 둘을 동시에 침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청력저하, 이명을 함께 호소한다면 청신경 침범 여부를 청력검사로 평가하고, 회전성 어지럼증과 구역감과 같은 평형감각의 이상을 동반하는지 확인하여 감별이 필요할 시 전정기능검사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람세이헌트 증후군의 치료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의 병합 투여가 기본 치료입니다. 스테로이드 조기 복용은 급성 동통, 동반한 어지럼 증상과 포진후 신경통을 줄이는데 효과가 밝혀졌습니다. 항바이러스제(acyclovir, famciclovir)는 포진과 급성기 통증을 억제하므로 스테로이드와 병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비로 인한 안구건조증이나 각막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인공눈물 사용, 취침 전 안연고와 eye patch 사용을 교육드리고 있습니다.
신경염증성 통증이 심하거나 지속될 경우 신경통약 처방을 고려합니다. 급성기에는 진통소염제, NSAIDs 계열이나 트라마돌을 사용할 수 있고 포진후 신경병성 통증의 조절에 프레가발린, 가바펜틴, 경우에 따라서는 삼환계 항우울제(amitriptyline)를 투여합니다. 이러한 신경통약은 신경의 흥분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통증 완화와 수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낮은 용량으로 시작하여 조절해 볼 수 있습니다.
Dyskinesia(운동이상증)이라고 하여 신경 재생의 과정에서 과도한 보상 작용이나 의도치 않은 근육 움직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웃을 때 눈이 같이 감기거나 눈감을 때 입꼬리가 함께 움직여버리는 서로 다른 근육의 동시운동이 발생할 수 있고 긴장 시 미세 떨림이나 경련(twitching), 마비된 얼굴근육이 경직되어 비대칭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안면신경마비의 후유증을 방지하기 위해서 안면근육 운동법과 마사지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등 물리치료, 전기자극 치료와 같은 안면 재활훈련을 병행해 줍니다.
람세이헌트 증후군의 예후
람세이헌트 증후군은 벨마비와 마찬가지로 조기 치료가 예후에 중요하나 예후는 벨마비보다 불량합니다. 완전 회복률은 20%로 보고되며 불완전 마비의 1/3, 완전마비의 1/10 환자에서만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안면신경 마비보다 귀에 포진이 먼저 생긴 경우 예후가 양호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안면 비대칭, 신경통이 영구적인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음을 반드시 설명드리고 예후를 높이기 위해 질병 초기, 특히 3일 이내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벨마비 vs 람세이헌트 증후군의 비교요약
벨마비(Bell's palsy) | 람세이헌트 증후군(Ramsay-hunt syndrome) | |
원인 | 원인 불명, 헤르페스 바이러스(HSV-1) 추정 | 대상포진 바이러스(VZV)의 재활성화 |
증상 | 급성 안면마비, 한쪽 얼굴 비대칭 소견 단독 | 일측 안면마비와 함께 귀에 수포 물집이 있거나 이통, 청각증상 또는 어지럼증 동반 가능 |
진단 | 임상진단, 필요시 신경생리검사 | 임상진단 + 신경생리검사, 세포도말검사 또는 항체 검사, 필요시 청력검사 및 전정기능검사 |
치료 | 스테로이드 단독 또는 항바이러스제 보조요법 |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 병용 신경병성 통증약, 안면재활훈련 및 전기자극치료 |
예후 | 대부분 양호한 회복 | 회복 속도가 더디고 예후가 불량한 편 만성 통증, 안면비대칭 등 영구 후유증 가능성 있음 |
주진료과 | 신경과 | 이비인후과 |
결론적으로 안면신경 마비의 원인 질환은 치료 시기가 예후를 판가름하는데 가장 중요합니다.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적절한 감별 진단과 초기 치료를 통해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귀 수포와 청신경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는 람세이헌트 증후군의 경우 진료과 선택과 치료 시기가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증상이 나타났다면 방치하지 마시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두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과 위험 요인을 함께 설명드렸으니 면역력에 영향을 미치는 충분한 수면과 영양섭취, 스트레스 및 기저 만성 질환 등도 관리하셔서 안면신경 마비를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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