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저하의 원인과 진단, 치료
냄새를 잘 못 맡는 증상으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후각장애 환자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우리는 코 점막의 점액에 용해된 화학 성분을 인지하여 특정 냄새를 맡게 되는데, 후각을 인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휘발성 화학물질이 후각 수용체에 결합하여 뇌로 신호가 전달되는 신경 과정을 우리는 냄새를 맡는다고 합니다.
코 안의 특정 부위(비중격 상부, 비강 천정, 중비갑개와 상비갑개 내측)에는 후각상피층이 있는데, 이는 중추신경계 중 유일하게 바깥으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공기 중 냄새 자극 분자가 점액에 녹아 후각상피층 내의 후각수용세포 수용체에 붙으면 전기 신호로 바뀌고 여러 후각수용세포로부터 동시에 전달된 전기 신호가 뇌의 후각피질로 전해져 냄새를 인지하게 됩니다. 여러 후각수용체 신호의 적절한 조합으로 제한된 수의 후각수용체로도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변연계)과도 연결되어 후각 기억을 갖게 됩니다.
후각장애는 발생 원인에 따라 전도성, 감각신경성, 혼합성 후각장애로 크게 유형을 나눕니다. 전도성 후각장애는 비염, 상기도 감염에 의한 비점막의 충혈, 비강 내 물혹과 같이 후각 수용체가 존재하는 코 점막 부위로 냄새 분자가 도달하는데 물리적 방해 요인이 있을 때를 말합니다. 반면, 변환된 전기 신호가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거나 처리되는 중추의 문제가 있을 때를 신경성 후각장애라 합니다. 수술이나 두부외상으로 인해 후각신경 자체가 손상을 받거나 알츠하이머, 파킨슨과 같은 퇴행성 신경 질환이 후각을 처리하는 뇌 영역을 손상시키는 것이 신경 이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냄새를 아예 못 맡는다고 표현하는 무후각증은 외상 후나 코 수술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MRI 검사를 통한 후각구(olfactory bulb)의 이상을 진단하여 손상 정도가 심할수록 후각 회복의 예후가 좋지 않은 편입니다.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작용하는 혼합성 후각장애는 대표적으로 상기도 감염 후유증이나 만성 부비동염(축농증)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후각상피층은 냄새 분자를 용해시키는 점액층, 후각을 수용하는 세포(후각수용세포)와 냄새 지각이 끝난 후각물질을 제거하는 세포(지지세포)가 존재하는 후각상피세포층, 분비샘과 혈관이 분포하는 고유층으로 구성되는데, 바이러스 감염 시 비강 내 분비물과 코 점막의 부종에 의해 냄새 분자의 후각 수용체 도달이 어려워지기도 하지만, 염증 반응으로 인한 후각상피층의 후각세포 손상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감염은 후각상피세포층에 있는 지지세포의 손상이 후각저하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후각 상피는 대략 40일 주기로 재생을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 후 후각장애가 후유증으로 남은 경우, 약물치료(스테로이드)의 도움을 받으면서 후각재활훈련을 꾸준히 병행하면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나 예후가 좋다고 봅니다.

후각재활훈련은 손상받지 않고 남은 신경으로부터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드는 가소성 원리를 이용한 치료로, 반복해서 냄새 자극을 줌으로써 후각신경 경로를 활성화하는 방법입니다. 4가지 향(장미, 레몬, 유칼립투스, 계피)이 담긴 튜브를 10초씩 텀을 두고 각 15초간 코로 들이쉬어 맡는 훈련을 아침저녁으로 12~16주 이상 꾸준히 함으로써 비교적 쉽게 훈련이 가능합니다.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3~6개월 정도 꾸준히 시행했을 때 냄새에 대한 감도를 높이고 뇌의 후각 영역을 강화하여 후각저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어 있습니다. 염증성 질환에 따른 후각저하에서 후각재활훈련은 좋은 치료 옵션이 됩니다.
부비동염(축농증)은 누런 코가래가 냄새 분자의 전도 과정을 방해하고 만성적인 환자는 후각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비가역적인 후각저하를 동반하는 혼합성 후각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부비동 CT 검사로 진단 후, 원인 균주에 맞는 적절한 항생제 치료로 전도성 후각장애의 요인을 초기에 해결하면 후각기능이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래되어 신경성 후각저하를 동반한 경우 후각 회복의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도 만성 부비동염의 급성 악화 또한 초반에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와 코세척,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경우 국소 스프레이 사용 등을 병행하여 적극 치료하면 후각 기능을 회복하는 환자들을 많이 봅니다. 즉, 부비동염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후각 저하는 전신 금기증이 없다면 발병 초기 적정 용량의 스테로이드제를 열흘에서 2주 정도 점진적으로 감량해가며 사용하여 염증과 후각 신경 주위의 부종이 줄이면 효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각장애는 유형에 따라 예후가 상이하기 때문에, 치료 전에 환자분께 원인 감별이 중요하고 그에 따른 예상되는 경과와 예후를 먼저 설명드리고 치료하고 있습니다. 증상의 발생 시기, 후각상피세포 또는 후각신경의 손상 정도가 예후를 판단하는데 중요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신경성 후각장애 요소를 동반하였을 때 손상 정도를 객관화하기 쉽지 않고, 면역저하자 또는 약물 치료에 거부감이 심한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치료의 실보다 득(후각기능 회복)을 경험한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치료를 권유하는 편입니다. 코 자체의 질환 외에도 전신 질환에 대한 교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만성 신부전 환자는 요독증으로 인해 감각신경이 손상받거나 신경전도 속도, 후각수용세포의 재생을 늦추는 vit B12, 아미노산 등의 결핍을 동반한다면 투석 및 적절한 영양 보충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후각 회복에 도움 되는 것으로 익히 연구된 영양소는 비타민A, 아연, 알파리포산이 있습니다.
맛 변화를 주증상으로 호소하는 환자 중, 실제 미각장애가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후각이 미각 인지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후각 장애를 동반하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후각 저하 증상을 점수화한 검사가 KVSS(Korean Version of Sniffin' Sticks)입니다. 펜 형태로 된 후각 스틱을 이용하여 특정 냄새를 인지할 수 있는 가장 희석된 농도 찾기(역치 점수), 3가지 중 한가지 다른 냄새 찾기(분별 점수), 한국인에게 익숙한 냄새를 맡게 하고 4가지 선택지 중 어떤 냄새인지 맞히기(식별 점수)를 합산하는 검사법으로 30점 이하일 때 후각 저하를 의심합니다. 합산 점수가 낮을수록 심한 후각장애가 있음을 뜻합니다. 치료 전후로 점수를 비교하여 치료 효과를 환자분께 설명드리기 좋으며 환자마다 편차가 큰 후각 증상을 객관화할 수 있어 진단에 유용합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후각장애는 환자별로 의심되는 원인을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검사와 발병 초기의 적극적인 약물 치료 및 후각재활훈련의 도움으로 치료 예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방문을 늦추어서는 안 되는 질환입니다. 맛을 느끼고 원활하게 식사하여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순기능과 함께 다양한 냄새를 맡아 일상의 기쁨을 누리는데 중요한 후각 기능, 아는 만큼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 긴 글 작성해 보았습니다. 후각장애가 지속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인 치료 하시고 삶의 행복을 되찾으실 수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이비인후과 질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귀] 귀가 먹먹하고 어지러울 때: 메니에르 병의 진단과 치료 (1) | 2025.04.03 |
|---|---|
| [목] 한쪽 턱밑이나 귀밑이 붓고 아플 때: 침샘염의 감별 진단 및 치료 (1) | 2025.03.31 |
| [귀] 간헐적인 이충만감이 느껴질 때: 이관기능부전의 진단과 치료 (1) | 2025.03.27 |
| [목] 목소리 변화가 지속될 때: 음성 질환의 원인과 치료 (1) | 2025.03.26 |
| [코] 외상으로 인해 코뼈가 부러졌을 때: 비골 골절의 진단과 비골 정복술 (1) | 2025.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