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듯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면: 이석증의 진단, 치료, 재발 예방법
이석증과 감별이 필요한 어지럼증 원인, 이석증의 진단, 치료, 재발 예방법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요”, “눈앞이눈 앞이 빙빙 도는 것 같이 어지러워요” 갑자기 발생한 어지럼증으로 이비인후과 진료실 또는 응급실을 찾게 되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어지럼증은 평형을 담당하는 말초기관인 전정계, 시각, 체성감각계와 이곳에서 받아들인 정보들이 통합되는 중추기관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증상입니다. 눈앞이 빙빙 돌고 기울어지는 느낌으로 표현하는 회전성(true whirling nature) 어지럼부터 방향성이 불분명한 동요감, 자세불균형 등 비회전성 어지럼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말초성 질환이 양성 발작성 두위 현훈 (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 소위 이석증입니다. 이석증은 귀 안쪽 내이 전정기관의 문제로, 난형낭에서 탈락된 이석이 반고리관 안에 떠다니거나 팽대부릉정에 붙어 머리 움직임에 따라 회전성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것이 원인입니다. 후반고리관 이석증이 80~90%에 이를 정도로 가장 흔하고, 그 다음으로 수평반고리관에 호발하며, 상반고리관과 혼합형도 드물게 있습니다.
어지럼증은 환자가 표현하는 주관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양상과 시간에 따른 경과, 지속시간, 유발 요인, 동반 증상 등 자세한 병력을 아는 것이 감별 진단에 필수적입니다. 특히, 중추성 어지럼 질환과의 감별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이는 고에너지 대사가 필요하면서도 측부 순환이 충분하지 못한 말단부여서 일과성 허혈에 취약하므로 소뇌 동맥의 허혈과 같은 뇌경색이 어지럼증 단독 증상으로 발현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시간 경과에 따른 신경학적인 이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증상의 변화와 경과를 추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HINTS plus라고라고 명명하여 두부충동검사에서 머리 움직임에 따라 눈이 빠르게 반대로 튀는 전정안반사가 정상적으로 나타나고, 방향이 바뀌는 주시 유발 안진, 양눈을 교대로 가리는 검사에서 눈의 정렬이 삐뚤어지는 스큐 편위(skew deviation) 중 하나 이상이 신체검사에서 나타날 경우, 민감도 100%, 특이도 96%의 높은 진단적 가치로 뇌졸중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AICA 혈관의 경색에서는 청력 소실을 동반할 수 있음을 HINTS 소견과 함께 고려합니다. 발병 48시간 이내 12% 정도에서 위음성을 보일 수 있는 MRI 검사보다 더 우월하고 신속하게 중추성 전정 질환을 감별해낼 수 있기 때문에 안진 검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감기 후 어지럼증이 급성으로 오는 전정신경염, 돌발성 난청에 동반한 어지럼, 미로의 염증에 의해 난청, 이명 등 와우 증상이 어지럼증과 함께 나타나는 급성 내이염은 급성 전정 증후군(acute vertiginous syndrome)의 주요한 원인 질환으로, 이석증과 감별해야 합니다. 재발하는 양상의 어지럼증은 메니에르 질환의 급성기 어지럼 발작, 편두통과 연관된 혈관 수축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전정 편두통(편두통성 어지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지, 유발 요인이 있었는지, 청력 저하나 이명 등의 청각 증상을 동반하는지가 중요 감별 포인트가 되며 통상 약물 치료로 증상을 완화하며 경과 관찰하는 질환들입니다.
이외에도, 심장 원인의 순환장애, 자율신경계 문제로 인한 실신, 빈혈, 특정 상황에서 순간적인 동요감을 느끼는 공황장애, 신체형 장애, 체위 공포성 어지럼증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도 어지럼증을 일으킵니다. 누웠다가 일어설 때 순간 핑 돌듯이 어지럽다면 수축기 혈압 20mmHg, 이완기 혈압 10mmHg 이상이 기립 3분 이내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여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할 수 있는데, 부정맥, 심근경색, 약물(주로, 교감신경차단제, 혈압약, 이뇨제, 정신과약),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노화에 의한 자율신경계 기능부전 등이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들을 감별하여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나 청각 증상을 동반하지 않으면서, 급성 회전성 어지럼을 호소하고 잠복기를 거쳐 안진이 생겼다가 점차 소실되는 경향을 보일 때 이석증을 강하게 의심하게 됩니다. 전형적으로 환자분께서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또는 자려고 옆으로 돌아누울 때, 고개를 숙이거나 위를 쳐다보려고 머리가 뒤로 젖혀질 때 등 특정한 두위 변화에서 회전성 어지럼을 느끼고 심한 경우 구역감, 구토를 흔히 동반할 수 있습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두위의 변화에 의해 유발되는 안진을 프렌젤 안경 또는 비디오안진기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적인 검사 방법입니다. 후반고리관 이석증은 머리를 45도 옆으로 돌리고 환자를 눕히면서 머리를 30도 정도 뒤로 젖혀 안진을 평가하면 1~5초, 길어도 30초 이내 잠복기를 지나 특징적인 회전성 상향 안진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반복 검사 시에 피로 현상이 생기거나 주관적인 어지럼은 유발하나 전정안반사를 자극하지 못하는 정도의 경증, 미세 안진의 경우 발견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석증은 수 개월에 걸쳐서 자발적인 관해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석치환술을 통해 반고리관 내 부유하는 이석을 제 위치로 정복해주어야 증상이 빠르게 호전됩니다. 비디오안진검사로 세 개의 반고리관 중 어디에 이환되었는지 진단하여 자세정복술을 여러차례 시도함으로써 원인을 치료합니다. 과거에는 어지럼증이 유발되는 특정 자세를 피하고 진정제 또는 구역, 구토를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 계열의 dimenhydrinate (보나링) 등의 약물을 처방하며 자연치료를 기대하였지만, 증상 조절 목적의 약물 치료는 이석증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큰 효과 없이 지속되는 증상을 호소합니다. 원인이 된 반고리관의 방향과 이석 위치를 정확히 감별하여 이석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맞춤 정복술을 시행하여야 완치가 가능합니다. 적절한 이석정복술을 반복 시행하여도 호전되지 않거나 검사 중 안진의 양상이 비전형적이라면 신경학적 평가를 면밀히 시행하고 MRI 검사를 적극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심한 어지럼 증상으로 인해 환자가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신경학적 이상 소견 없이 전형적인 안구 움직임을 보이면서 병력과 전정기능검사 소견이 일치하는 이석증으로 진단된 경우 충분히 치료 가능한 양성 질환이고 후유증 없이 어지럼이 해결될 수 있음을 설명하여 안심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대략 30% 정도에서는 이석증이 재발할 수 있는데, 원인은 명확히 알수 없으나 칼슘 대사와 관련 있다고 밝혀져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변화 또는 비타민D 결핍이 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부 외상, 퇴행성 변화,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 만성 피로, 면역력 저하 등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진 생활 습관 요인에 대한 관리가 재발 예방에 도움 됩니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거나 머리 움직임에 따라 회전성 어지럼증이 급성으로 유발되는 증상으로 고생하는 환자분들이 계신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병력 문진과 안진 검사를 통한 중추성 어지럼증 감별, 원인에 따른 치료를 적절히 받으셔서 불안감을 해소하시길 바랍니다.